본문 바로가기

Joy's Note/색과 생각의 궤적

부단히도 무관심하게

부단히도 무관심하게

일곱 해를 소복이 여미었다



한껏 무모해 본 적이 있는가. 아무것도 하지 않고 푸념하는 것보다는 정도를 벗어나 무엇이라도 저지르는 편이 낫다. 엎질러지든 부러지든 무너지든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환상으로 남겨두고 영원만큼 동경하는 것보다는 움직여 너른 시야를 갖는 것이 백번 옳다. 하지만 그 파도를 넘어 뭍에 닿았다면 이제는 어떤 방식으로든 뭍에 맞는 삶을 일정 기간 동안은 감내해야지만 그다음 챕터가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가는 곳마다 반복 재생되는 음원 차트 100곡의 플레이리스트에 노출되는 것만큼이나, 궤도를 떠나라 부추기는 수많은 손짓들에 피로를 느낀다. 아무도 그다음에 대해 제대로 설명하지 않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 또한 그다음 장을 어떻게든 살아내는 중이므로. 그 신대륙에서의 삶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소정의 화폐가 필요하므로. 관심과 열광, 동경, 그로 인해 형성되는 새로운 형태의 권위, 또 무엇이 있을까. 그것이 새로운 권위로 굳어졌을 때, 그들은 정말로, 원하던 궤도 밖의 삶을 실현했다고 스스로에게도 말할 수 있을까.


입을 다물고 부단히도 무관심하게 일상을 살아낸 지 일곱 해. 이제는 무모했던 다섯 해에 대한 상흔이 모두 사라지고 불순물이 제거된 투명한 결정들만 묵직하게 남았다. 어느덧 무채색에도 애정을 가지게 되었다. 적어도 반복되는 것들을 저주하지 않게 되었다. 술지게미 같은 한 막이었다고 정의할 날이 올 것이라 믿지만, 지금은 보류해 두기로 한다. 충분히 익기 전에 짜낸 술은 값싸게 소비될 뿐이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