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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번버스킹

버스커로 살기 첫 출항 - 호주의 워홀러로 #2버스커로 살기 - 나의 첫 소장자 뙤약볕 아래, 여느 날처럼 자리를 펴놓고 잉크 드로잉을 하는데 여념이 없었다. 고개를 드니 엄청난 속도로 이쪽으로 걸어오는 한 남자가 보였다. 묵직한 컴퓨터 부품 박스를 양손에 움켜쥐고 고개는 꼿꼿이 정면을 향한 것이 누가 보아도 바삐 지나갈 사람이었다. 스쳐 지나는 찰나, 남자는 갑자기 두 세 걸음을 되돌아 오더니만 맨 앞쪽에 놓인 작은 드로잉을 사고 싶다고 했다. 원칙적으로 버스커는 도네이션은 받을 수 있어도 가진 것을 판매하지는 못하게 되어있다. 매우 형식적인 원칙이라 경찰도 신경 쓰지 않는 부분이긴 하지만, 별로 팔고 싶은 생각도 없었기에 무척이나 당황스러웠다. 그래도 무슨 말은 해야 했다. “나는 그림 값을 정해본 적이 없는데…….. 더보기
나의 도시 멜번 첫 출항 - 호주의 워홀러로 #1나의 도시, 멜번 서울 태생인 내가 난생 처음으로 완전히 혼자가 된 곳, 멜번. 원체 서울이 고향답지 못한 대도시이다 보니 이 장난감 같은 도시는 금세 내게 제2의 고향이 되어주었다. 준비단계에서 다른 많은 도시들을 제쳐두고 멜번을 선택했던 이유가 분명 있었던 것 같은데, 머릿속에 기록되었던 그 알량한 정보뭉치들은 이 땅을 밟음과 동시에 인식 밖으로 사라져버렸다. 강렬한 햇빛으로 선명하게 살아난 색들이 하늘과 건물들, 거리와 사람들을 휘감으며 일렁였다. 호주에 가니 입을 옷이 그렇게도 없더란 푸념 일색이던 사람들에게 돌연 전화를 걸어 따지고 싶을 만큼, 내 취향에는 꼭 맞는 오색찬란한 옷들 천지였다. 대체 무슨 연고로 추가요금까지 내고 꾸역꾸역 옷가지들을 쑤셔왔던가! 빌딩..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