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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버라교환학생

두 번째 눈 없는 겨울 그렇게 돌아왔다-캔버라의 교환학생으로 #4두 번째 눈 없는 겨울 따사로운 가을 볕을 매일 같이 뽑아내던 태양이 더 이상은 재료가 없는지 뒤로 뒤로 물러만 간다. 교정 가득 수북이 내려앉은 노란 낙엽들만큼이나 열 여섯 명의 작업들도 각자의 서랍이 터져나갈 정도로 쌓였다. 학우들의 견제 아닌 견제 속에, 가능했던 모든 것들을 토해내며 살 떨리는 최종 평가를 해치운 나에게 춥고 황량한 캔버라의 7월을 선물하는 것은 자학에 가까운 행위였다. 고심 끝에 평소라면 절대 가지 않을 곳을 가기로 했다. 바로 브리즈번. 해외에 거주할 때만큼은 한국인 밀집지역을 기피하는 나이지만, 멜번과 캔버라와는 다른 무언가가 있을 거라는 작은 기대감에 선택한 항로였다. 한 학기 동안 종종 담소를 나누곤 했던 도예 전공 교환학생 에이미.. 더보기
캔버라. 새와 밤 그렇게 돌아왔다-캔버라의 교환학생으로 #2캔버라, 새와 밤 1 아무것도 없다. 해야 할 일만 덩그러니 놓여 있을 뿐. 작업과 연구를 할 수 있는 공간 그 이외에는 아무것도 없는 빈 도시. 아무 향도, 어떤 맛도 첨가되어있지 않은 정제된 수돗물과 같은 도시 캔버라. 걸어도 걸어도 달라지는 것이 없는 풍경 속, 아주 멋없고, 우울하도록 솔직한 인공 호수가 있다. 여기서 만난 것은 사람도 건물도 아닌, 새들이다. 나는 이 호숫가에 앉아 정체 모를 검은 새의 일광욕을 넌지시 바라보다, 청둥오리들의 행렬에 길을 비켜주고, 동그란 열매를 부리로 아그작거리는 분홍가슴 새들이 놀라지 않도록 애써 플라타너스에서 시선을 돌린다. 짙으면서도 붉은 호주의 녹음이 황금으로 다시 피어나기까지, 노란 왕관을 쓴 새하얀 앵무새 코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