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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미완의 에세이. 6/14 2013년 여름, 대학 동기가 오랜만에 연락을 해왔다. 런던에 가고 싶다고. 그곳은 어땠느냐고. 퇴근길에 책상 한편에 두었던 에세이 초고를 들고 약속 장소로 향했다. 당시에 쓰고 있던 부분이라 런던 챕터만 따로 프린트해 둔 것이었다. '런던에 속았다'는 챕터 소제목 그대로, 나는 런던행을 그리 추천하는 입장은 아니다. 나와의 공통분모가 크면 클수록 더더욱. 하루 저녁을 소모한 이런저런 경험담과, 머리 셋을 모아 이리저리 짜낸 현실적 대안들이 도움이 되었기를 간절히 바랐다. 그녀는 결국 런던행을 택하지 않았고, 현재 국내에서 만족할 만한 커리어를 쌓아가고 있다. 대학 동기라 해봤자 서로 이름도 기억하지 못한 채 살아가는 관계가 되어버리기 십상이지만 이만큼 성숙해진 (혹은 능글맞아진) 모습들로 유쾌한 저녁을.. 더보기
[에세이] 여행. 보이는, 그리고 보이지 않는. 여행. 보이는, 그리고 보이지 않는 두어 번 출판사에 의뢰를 하다 거절당한 후에, 천천히 완성이나 하자는 생각으로 7년째 아주 느리게 써 내려가고 있다. 그리고 그 아주 느린 행보조차도 얼마간 멈추었었고. 나는 작가가 아니었던 적이 없지만, 현재를 채운 내 삶의 형식은 표면적으로는 '회사원'으로 규정된다. 물론 이 형식 안에도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는 일련의 과정이 포함되어 있기는 하나, 사회는. 아니, 회사는 늘 깊이보다는 구색 좋은 어떤 것을 끝없이 뱉어 내기를 요구한다. 때로 몸서리쳐지는 순간들이 있지만, 어쩌겠는가. 이 모든 것들이 본연의 자유로 되돌아가기 위한 과정임을, 지나온 길을 찬찬히 돌아보며 되새길 뿐. 부제에 '그림 에세이'라고는 붙여놓았지만 이 글은 그림의 메시지를 차용하여 풀어가는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