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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아트유학

공간의 부재는 곧 절망 인연인지 악연인지-런던의 유학생으로 #5공간의 부재는 곧 절망 매일 매일 닥쳐오는 문제들을 하나하나 쳐낸다. 그런데, 그 뒤에 남겨진 응어리들을 마저 비워내는 작업은 으레 내 공간 안에 홀로 남겨져 있을 때에 주로 하던 일이다. 아, 그러나 지금 그 당연하게 여겨지던 것을 소유하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집세를 최소화하기 위해 방을 셰어하는 형태로 집을 구했던 터라 모든 것에 룸메이트의 동의를 구해야 했다. 작업을 하는 동안 책상 위 스탠드를 켜놓는 것 조차도. 생활 패턴이 정 반대인 동유럽계 회계 전공 학생을 만난 것도 불운 아닌 불운이었다. 배울 점이 많은 친구였지만 잔병치레가 잦아 은근히 신경을 써야 했다. 완전히 무장해제될 수 있는 개인 공간이 없기에 별도의 작업 공간이 절실했지만, 학교에서.. 더보기
잿빛 겨울 위 무지개 사탕 인연인지 악연인지-런던의 유학생으로 #2잿빛 겨울 위 무지개 사탕 얄궂은 이곳 한기는 가슴 속 온도계를 단번에 부러뜨리고도 시치미를 떼기 일쑤다. 영상 7도 따위에 뼈가 시린 느낌을 받는다는 건 꽤나 굴욕적이지만 그도 그럴 것이, 단열이 잘 되지 않는 구조의 건물들 천지라 어느 한 곳도 마음 편히 추위를 털어낼 자리가 없는 것이다. 사계절 중 겨울을 가장 환영하던 나인데, 오후 4시부터 아득하게 깜깜해지는 이 스산한 겨울은 심히 당황스럽다. 이 영리한 도시는 무섭도록 어둠이 스미는 이 긴긴 겨울 터널을 무엇으로 심심치 않게 넘길 지 잘 알고 있는 듯 했다. 크리스마스가 늦가을부터 시작된 것이다. 진청으로 암전되어가는 하늘 위로 금테를 두른 오색 행성들이 떠올랐고, 푸른 눈송이들은 그물이 되어 칠흑을 꽁꽁..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