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Joy's Note/미완의 에세이 Essays

어 돌러 머쉬룸!

첫 출항 - 호주의 워홀러로 #4

어 돌러 머쉬룸! 

 

 

내가 외국인 노동자 겸 자취생으로 살면서 생활비를 크게 아낄 수 있었던 건 재래 시장을 애용했기 때문이다집에서 엎어지면 코 닿을 곳에 있었던 퀸 빅토리아 마켓은 나 같은 참새로서는 지나치기 힘든 방앗간이었다이곳엔 야채와 과일을 비롯한 농산물 이외에도 싱싱한 꽃과 각종 관광 기념품오팔 장신구정품 어그부츠까지 없는 것이 없는데 그 값은 대형마트나 상점보다 훨씬 저렴하다운이 좋으면 파격적인 흥정도 가능하며휴일인 월요일과 수요일의 전날그러니까 일요일화요일 마감시간을 공략하면 푼돈으로 질 좋은 식재료를 대량으로 구비할 수 있다실외에 위치한 농산품 코너는 그 구조상 변변한 식품보관시설이 없어 상인들 모두 경쟁적으로 판매에 임한다목청 좋은 아저씨들이 앞다투어 외치는 소리는 미국 발음에 더 익숙한 한국인에겐 다소 생소하게 들릴 수 있다.

 

 “어 돌러 머쉬룸!” “어 돌러 넥타린!” “어 돌러돌러핑크 레이데에!


 1달러 버섯, 1달러 천도복숭아, 1달러 핑크 레이디 사과라는 뜻이다. 1달러에 딱 하나 주는 것이 아니라인심 후하게 한 봉지 넉넉히 넣어 준다나이 많은 아저씨들은 강렬한 호주식 억양을 구사하는데이는 좋은 성대모사 거리였다상대적으로 억양이 약한 젊은 친구들 앞에서 이를 선보이면 백이면 백듣는 족족 빵빵 웃음을 터뜨렸다아무것도 아닌 듯 여겨지는 그런 것이더라도내가 그네들의 삶을 주의 깊게 관찰하고 있으며 그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있음을 상대에게 보여주는 일은 이방 땅에서 새로운 인간관계도를 그리는 데에 톡톡한 감초 역할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