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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기행

색채의 곳간 피렌체 런더너의 막간 이태리 여행 │ 색채의 곳간 피렌체 우리가 이번 여행에서 가장 긴 사흘이라는 시간을 할애한 도시는 피렌체였다. 온갖 후기를 섭렵한 결과, 베니스보다는 피렌체가 볼거리가 많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기 때문. 마음에 드는 곳을 두 번이고 세 번이고 가도, 정처 없이 거리를 걷는 것 자체가 목적이 되어도 개의치 않는 여행 동지들과 함께여서 가능한 일정이었을 것이다. 각각 문학과 패션을 전공한 친구들과 서로의 관심사와 소회를 나누는 것 또한 흥미로운 일이었다. 혼자서라면 가볼 생각조차 못했을 페라가모 본점이라든가, 진정한 육식 마니아들만이 접시를 비울 수 있는 특대형 스테이크 전문점 같은 곳들을 방문하며, 이전에는 미처 깨닫지 못한 나의 취향에 대해서도 새롭게 알게 되었다. 단조로운 톤이 주를 이루는.. 더보기
로마 카타콤의 닻 런더너의 막간 이태리 여행 │ 로마 카타콤의 닻 41도의 뙤약볕 아래, 수많은 인파들이 성 베드로 광장에 모였다. 교황의 연설을 듣기 위해서다. 그늘 하나 없는 광활한 광장에서 저마다 타는 목마름으로 우산이나 지도에 매달려 교황을 기다리고 있었다. 30분가량 기다리자니 정수리와 어깨가 빨갛게 익어 가는 것이 느껴졌다. 눈을 흘깃, 돌리자 같은 말을 담은 친구의 눈이 마주쳤다. 한 번쯤 교황의 모습을 보고는 싶었지만 봐야 할 수많은 곳들이 남아있기에 그대로 발길을 돌렸다. 서늘한 판테온(Pantheon)으로 자리를 옮기자 그제야 더위에 나간 넋이 돌아오는 듯했다. 판테온은 로마에 현존하는 돔 구조 건축물 중 가장 오래된 곳으로, ‘모든 신을 위한 신전’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재건된 시점으로만 따져도 서.. 더보기
[에세이] 여행. 보이는, 그리고 보이지 않는. 여행. 보이는, 그리고 보이지 않는 두어 번 출판사에 의뢰를 하다 거절당한 후에, 천천히 완성이나 하자는 생각으로 7년째 아주 느리게 써 내려가고 있다. 그리고 그 아주 느린 행보조차도 얼마간 멈추었었고. 나는 작가가 아니었던 적이 없지만, 현재를 채운 내 삶의 형식은 표면적으로는 '회사원'으로 규정된다. 물론 이 형식 안에도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는 일련의 과정이 포함되어 있기는 하나, 사회는. 아니, 회사는 늘 깊이보다는 구색 좋은 어떤 것을 끝없이 뱉어 내기를 요구한다. 때로 몸서리쳐지는 순간들이 있지만, 어쩌겠는가. 이 모든 것들이 본연의 자유로 되돌아가기 위한 과정임을, 지나온 길을 찬찬히 돌아보며 되새길 뿐. 부제에 '그림 에세이'라고는 붙여놓았지만 이 글은 그림의 메시지를 차용하여 풀어가는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