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전시
그런 거다. 지칠 대로 지친 팽팽한 줄다리기 끝자락에야, 펄떡거리는 대어가 튀어 오른다.
전시 5일전 떨어진 지도 교수님의 지시는 청천벽력 같았다.
“나온 그림들 가지고 책 하나 해.”
나는 4일간 1인칭 화자를 주인공으로 한 어른들을 위한 동화를 써 내려갔다. 시놉시스는 대략 이렇다.
숨막히는 도심 속에서 행복을 찾지 못한 화자는 태양의 권유로 길을 떠나고,
여정 끝에 닿은 호수에서 바람결에 춤추는 꽃들을 만난다.
꽃들의 춤을, 그리고 그들의 삶을 접하면서 화자는 깨닫는다.
내가 선 곳이 바로 작은 천국임을.
촉박한 시간 탓에 두 권밖에 제작하지 못했지만 졸업전시 당일,
나는 수십 점의 원화를 하나로 엮은 나의 이야기‘작은 천국의 무희’를 사람들에게 전할 수 있었다.
운이 좋게도 내가 속한 미술대학 밴드의 정기공연이 졸업전시 마지막 날과 겹쳐 동일한 제목의 자작곡을 공연하기도 했다.
바람이 거세게 불어온다.
작은 천국을 감싸온다.
태양에서 세 번째 떨어진,
아름다운 꽃들이 춤을 추는 곳,
아름다운 사람들이 노래하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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