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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y's Note/단상 fragmentary thoughts

간극


우리는 전혀 다른 개체이다. 


애써 외면해 보려던, 

너무도 당연한 사실.


꽉 채운 2년 동안 

나는 무엇을 보려 했을까. 


나는 행성도 아니고 무엇도 아닌 

우주를 떠다니는 부유물 같은

꼭 그런 모양새로 헤매다 

당신을 만나 처음으로

정착하고 싶었다. 


같은 시공간을 공유하는 데서

안도감을 느끼면서

보통 여자로 머무르고 싶었다. 


당신은 때마다 나를

자존감 부족한 아이,

배려심 없는 여자로 규정하고 

당신의 기준으로 보면

엄청난 노력을 내게 쏟고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는 자신의 공간에다 

남자와 여자라는 명사 뒤에 숨겨 

내가 어떻게 당신을 답답하게 하는지,

응당 어떻게 해야한다는 식의 글을 나열한다.


배려를 중시하는 당신의 글은 과연 어떠한지.

상처라는 말을 꺼내기도 전에

단단해 보이는 사람이 왜 그렇게 약하냐고, 

또 나무라고 말겠지.  


당신이 내게 거짓말을 한 적은 없다.

모든 것이 세상 돌아가는 이치에 맞다. 

그렇다.

당신은 당신의 기준에서 최선을 다했다. 


당신이 행복을 느끼는 모든 요소들 앞에,

나는 결코 우선순위가 되지 못한다.

그 이유를 설명할 때마다 피로를 느꼈을 테지만,

듣는 내내 내 마음은 가루가 되어 흩어진다.


당신에게 사랑은 심연 속 어딘가에 두고 

가끔씩 들춰보는 어떤 것일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그저 매우 다른 유형의 사람일 뿐이다. 

나는 이해한다.


이 간극의 무게에 짓눌려

둑이 무너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이제는 차라리 

그런 날이 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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